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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학생이 주도하는 ‘지역축제’…기획부터 어학까지
인문계 학생이 주도하는 ‘지역축제’…기획부터 어학까지
  • 장유리
  • 승인 2023.02.1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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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인문학 위기 벗어나기

최근 한국연구재단은 「지방대학의 인문학 위기에 대한 고찰: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지역 대학의 현황 및 일본의 사례를 통해 본 시사점」을 발행했다. 이중 일본 사례를 분석한 장유리 경북대 교수(일어일문학과)가 한국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기고했다. ‘글로벌화 전략’, ‘지역과의 연계’, ‘인문사회과학 영역의 통합연구 지향’이 핵심이다.

 

일본 NHK는 경북대 학생들이 히로시마시립대와 학술교류한 내용을 방송했다. 사진=방송 캡처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인문학 교육 및 연구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지방대학에서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2000년대 이후로 그 후로도 인문학의 위기는 가속화되어 왔다. 인문학의 위기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에서 대학교육이 맞이한 인문학 위기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나라 중 하나로 일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으로 인문학 교육을 담당하는 학과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으며 각 대학에서도 인문학이 처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지방대학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가 정책에 발맞춘 구조조정을 통한 인문학 계열 학과의 폐과나 융복합계열로의 전환뿐만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이나 학생 활동, 연구지원시스템 등을 활용한 시도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첫째 다양한 글로벌화 전략, 둘째 지역과의 연계, 셋째 인문사회과학영역의 통합연구 지향을 활용한 대처 방안이다. 이러한 시도 가운데 첫째와 둘째는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이미 시행 중이지만 일본에서 시행 중인 방안에는 유학생의 증원이나 산학연계 등이 포함되어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 지방대학에서 시행 중인 글로벌화 전략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구성원이 멀티 컬처 캠퍼스를 만들거나 대학의 전체 학생이 다양한 유학 경험을 쌓도록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글로벌화에 대한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특성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대학과 지역의 연계 또한 단순히 기술과 산업체를 중심으로 한 연계 사업이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축제나 상점가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며 지역문화를 창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은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실제 현장에서 소통하고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지역문화 및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대학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학과 지역의 연계사업으로 학생, 지역사회, 대학에 세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글로벌화의 경우 지금까지 대학에서 행해 온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유학 증대만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성을 바탕으로 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특성화 전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4년제 대학 네 곳(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대)의 일본계열 학과에서는 각자 다른 형태로 일본 히로시마(広島)의 대학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비교과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이 히로시마의 대학과 교류를 시작한 것은 저마다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구와 히로시마가 자매도시 결연을 하고 있기에 대구·경북의 다수 대학과 히로시마의 다수 대학이 서로 교류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국제교류라는 측면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별도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네 대학이 서로 연계하여 대구와 히로시마 지역대학 간의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전방위적으로 운영하고, 여기에 지자체까지 협력하여 대구-히로시마 간의 교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대구·경북 지역대학끼리의 연계사업으로 지방대학교육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국제교류 사업을 만들어감으로써 지역과 연계한 대학 글로벌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 대학에서 시행 중인 지역문화와 축제를 통한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계 역시 한국에서 활용 가능한 방안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서는 지역의 문화나 역사를 이용한 축제를 많이 기획하고 있는데 이러한 축제의 기획과 운영에 인문학 계열의 학과들이 참가한다면 학생들은 스스로 지역문화와 축제를 만들어 가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참가로 인해 각 대학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선전효과는 지역문화와 축제의 활성화와도 이어질 것이다.

현재 지방대학의 인문학 계열 학과의 다수를 차지하는 어문·글로벌·문화창작계열 학과 학생들이 기획에 참여한다면 지역 축제에 다양성의 관점이 더해져 향토성을 지키면서도 국제적인 시선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외국어문계열 학생들은 각자의 전공을 살려 통번역을 담당하여 여러 언어로 축제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지방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전공능력을 신장시키는 경험으로 이어져 인문학 교육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지역 축제가 글로벌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이 밖에도 일본의 사례를 모델로 한국 지방대학이 인문학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은 더 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대학의 독단적인 움직임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역대학끼리의 교류, 지자체와의 협력,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 그 지역의 특징과 사정을 살려서 목적성 있는 글로벌화와 지역 연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한국 지역대학이 인문학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장유리
경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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