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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40% 이상 컨설팅 대상”… 수업개선 의지·노력 부족
“교수 40% 이상 컨설팅 대상”… 수업개선 의지·노력 부족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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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교육개발센터장이 말하는 수업문제


대학 교육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의 하계워크숍이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동의대(총장 강창석)에서 개최됐다. 2006년도 접어들어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 회원교가 이미 1백 교가 넘어섰지만, 여전히 대학교육개발센터 사이의 질적 수준은 들쭉날쭉해 격차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요 대학의 교육개발센터가 지방의 자그마한 사립대의 교육개발센터에게 교수들로부터 호응이 괜찮았던 프로그램을 전수해주기 위해 혼신을 다했고, ‘후발 주자’들의 배움의 열성도 대단했다. 워크숍 일정이 마무리돼 가는 이틀째에도 일찌감치 돌아가는 인원 없이 자리를 지켰다.

□교육개발센터 학내 존재감 여전히 희미해=하지만 이러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 하계 워크숍이 ‘그들만의 잔치’처럼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다. 교수신문이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회장 이재경)와 공동으로 35개 대학의 교육개발센터 관계자 47명(센터장 22명, 실무 책임자 25명)을 대상으로 ‘2006 대학교육개발센터 운영과 대학교육 실태’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교육개발센터 관계자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설문조사 결과, 대학 내 교육개발센터 인식이 얄팍하고 때로는 그 존재감마저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생각은 어느 대학의 관계자의 주관식 답변에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센터장님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교육개발센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라고 다소 충격적인 답변을 했다. 교육개발센터를 이끌어가는 센터장 조차 그 역할과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한번 쯤 ‘스쳐 지나가는’ 기술 보직쯤으로 생각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개발센터 소장의 인식이 이러한데 대학본부부터 평교수까지 교육개발센터에 대한 존재감을 크게 느낄 리가 없다. 대학본부 측이 교육개발센터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31.9%(15명)의 센터 관계자들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지원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라고 답변한 관계자는 25.5%(12명)이었다.

교육개발센터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교수의 비율도 당연히 적다. 전체 교수 중 10%도 안 되는 교수만이 교육개발센터 프로그램을 능동적으로 이용한다는 답변이, 27.7%(13명)이었다. ‘10~20% 미만’이라고 응답한 이도 25.5%(12명)이나 됐다. 결국 각 대학마다 20%도 안 되는 교수만이 교육개발센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교수 40% 이상, 강의컨설팅 대상”=그렇다고 한국의 대학 교수들이 수업을 뛰어날 정도로 우수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아니다. ‘전체 교수 중 몇 퍼센트의 교수가 강의 컨설팅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40% 이상’이라고 대답한 이는 36.2%(17명)였다. ‘30~40% 미만’이라고 대답한 이는 25.5%(12명), ‘20~30% 미만’이 12.8%(6명), ‘10~20% 미만’이 14.9%(7명)였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교수들이 수업의 질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교육전문가들 눈에는 우려할만한 점이었다. 57.4%(27명)의 교육개발센터 관계자들은 대학 수업에 능숙하지 못한 교수들의 공통된 문제점으로 ‘자신의 수업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부족’을 제시했다. 아울러 ‘연구실적을 교육보다 더 우선시 하는 태도’(34.0%, 16명) 역시 수업을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수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냉정과 열정 사이’, 어떻게 극복하나=말머리에서 잠깐 언급했듯 교육개발센터 관계자들의 열성과 대학본부와 평교수들의 냉랭함 사이의 온도차이는 컸다. 하지만 해답은 명확했다. 우선 교수들이 교육에 열정이 있어도 이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가 일치했다. 교수업적평가 시 유명무실하게 평가되고 있는 교육 부문 업적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46.8%(22명)의 센터 관계자들은 ‘교육 부문 교수업적평가 시 교재개발, 교수법 개발 등에 점수를 가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34.0%(16명)은 ‘교수업적평가 시 교육중심과 연구중심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이러한 제도적 장애물을 없애야 만이 교육개발센터 관계자들의 열성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개발센터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대 공과대학처럼 교수법 클래스를 이수해야 만이 정교수로 승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만이 교수법, 나아가 대학 교육에 좀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87.2%의 센터 관계자들은 정교수 승진 전에 서울대 공과대학의 교수법 클래스 이수와 같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찬성했다.

한편, 교육개발센터 관계자들은 대학별 특성에 맞는 교수법과 학습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대학교육 발전계획에 교육개발센터가 참여해야 만이 대학교육계획의 체계적인 수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선 기자 dreame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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