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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한국형 수학적 모델’로 미리 대응한다
감염병, ‘한국형 수학적 모델’로 미리 대응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02.10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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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대학원혁신 어깨동무사업 ① 이지현 수학과 교수

연세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인 ‘어깨동무사업’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 지역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의 연구역량·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나선 것이다. <교수신문>은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교수를 만나 지역과의 협업 연구가 어떻게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 알아봤다. 첫 번째는 이지현 연세대 교수(수학과)이다. 이 교수는 감염병이 확산하는 모델을 통해 지표를 개발함으로써 정책 결정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6일, 이 교수의 연구실에서 얘기를 나눴다. 

 

감염병을 예측할 수 있다면 통제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모델링’이다. 코로나19가 어떻게 확산하는지, 대응 전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감염병은 더욱 진화하는데, 대응은 그에 못 미친다.

이지현 연세대 교수(수학과·사진)는 ‘수학적 확산모델을 활용한 신종 감염질병의 효과적인 대응전략 제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우리나라 자료를 반영하여 상황에 적합한 모델링으로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대상 감염병은 코로나19를 포함해 말라리아, 수두와 대상포진, 에이즈, 다제내성균, 결핵, 로타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 교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학적 모델링을 통한 질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중재전략의 효과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결정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적인 목표와 가치에 대해 이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시작은 코로나19이지만 수학적 모델링과 지표가 개발되면 다른 감염병을 관리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학, 통계학, 의학을 포함한 전문가의 협업이 필수다.

감염내과·예방의학 연구팀은 문제 설정부터 감염병에 대한 정보제공, 결과해석과 현실적용을 맡는다. 통계를 전공한 지역 전문가는 질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모델 변수 추정 등을 수행한다. 연구책임자인 이 교수는 모델 구축, 경제성 분석, 최적제어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로써 현실에 적용 가능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로 감염원 특성을 반영하는 모델을 설계하고 확산 예측 모델과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의 질문이 감염병 모델링에서 다루는 몇 가지 예시에 해당한다. 평균적으로 예상되는 환자의 수는 몇 명인가? 최선, 최악의 경우, 감병 확산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제어 전략의 영향을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가? 특정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적인가? 환자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약물 투여 일정을 제안할 수 있는가?

 

이지현 연세대 교수(수학과)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한국형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감염병 대응의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진=김재호

 

누가 먼저 백신을 접종을 받아야 하나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계기는 뭘까. 이 교수는 “감염병의 유행은 질병 자체가 지닌 위험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는 등 국가 위기 상황”이라며 “과학적 방법으로 실시간 환자 발생 상황을 예측하고 적용 가능한 통제전략을 평가하여 효율적인 전파 차단 정책을 도출하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모델링은 항바이러스제나 백신 사용의 우선 순위와 기준 설정과 같은 보건 정책을 수립하는 데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우선 순위와 기준 설정’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이, 직군, 지역 등을 고려하면 백신 접종의 순서는 무수히 많은 조합을 갖는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해 감염 전파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학은 연구에 어떻게 응용될까. 수학적 이론과 도구를 활용한 감염병 연구는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문제 수립 △관련 지식∙자료의 수집과 분석 △모델의 구조와 방법 선택 △모델의 정량화 △실험을 통한 결과도출 △해석과 적용.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의 잠복기, 감염 기간, 확진자 수, 접촉 양상, 인구 구조와 같은 정보를 알아본다. 문제 해결에 적절한 유형의 모델을 선택하고 앞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하여 입력에 해당하는 값을 정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환자 발생 예측, 대응 전략의 효과 등에 관해 얻은 결과를 해석하고 적용한다.

 

모델링 연구로 코로나19 확산 예측

모델링은 현실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엄격한 수학적 언어로 나타내는 것으로 문제 해결의 첫 단계인 동시에 이해하려는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다. 널리 사용하는 유형인 결정론적 집단 모델은 시간에 따른 집단 크기의 변화량을 기술하는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된다.

입력에 해당하는 모델 변수의 값은 임상적인 지식, 문헌 검토, 관련 자료에 부합하도록 추정하는 방법으로 구한다. 질병에 관한 상태를 기준으로 대상 인구를 분류하는 기본적인 집단 모델은 나이, 지역, 성별과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세분화할 수 있고, 가장 이질적인 것이 행위자 기반 모델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모델을 활용하여 실질적으로 유용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상도(자세한 정도)에 부합하는 수준의 입력정보가 필요하다. 감염병과 대상 인구에 대한 정보·자료는 이미 정해진 기준에 따라 가공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특정 연구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특성별 환자 수, 중증 사례, 사망자 수, 중환자실 병상 수, 질병 관련 비용 등 필요한 자료의 관할 기관이 다르고 이를 얻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데이터를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영국 공공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 PHE)의 경우처럼 모델링을 기반으로 하는 질병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질병에 의해 발생 가능한 위험 추정, 모델링을 통한 환자의 발생 예측, 통제전략의 계량적 평가를 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개인 수준의 협업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어깨동무사업의 과제는 더욱 귀하다. 

이번 과제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등교 정책 같은 대응 전략의 효과를 평가하고 정책 자문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예측과 통제전략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모델링을 활용한 연구를 검토하여 리뷰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 교수는 “감염병을 기술하는 수학적 모델은 구조와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라며 “행위자 기반 모델 등 다양한 접근으로 구현된 모델을 비교하고 통합해 감염병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심층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한국형 수학적 모델이 개발하여 근거 중심의 정책 수립에 활용할 날이 멀지 않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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