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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단체 제시하는 대안도 ‘공급자 중심’ 아닌지 되돌아봐야”
“교수단체 제시하는 대안도 ‘공급자 중심’ 아닌지 되돌아봐야”
  • 강일구
  • 승인 2023.02.09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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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연대회의,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 토론회 8일 개최
"국가교육위원회와는 별도로 ‘고등교육위원회’ 신설해야”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등직업교육 담당하는 전문대 개편과 강화”
“고등교육 관련 입법 미비... 국립대학법, 사립대학법 제정 필요”
교수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진단하는 자리를 지난 8일 마련했다. 사진=강일구

교수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진단하는 자리를 지난 8일 마련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국회에서 ‘대학균형발전과 교육개혁 저지를 위한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 비판’ 토론회를 열고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짚어보고 공동 대응을 위한 목소리를 공유했다.

총괄 발제를 맡은 김명환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서울대 영어영문학과)은 미래지향적 고등교육정책 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국가정책으로서의 고등교육 정책은 교육부에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국가교육위원회와는 별도 조직인 ‘고등교육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고등교육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카이스트 등의 과학기술대학과 과학기술 연구개발비), 고용노동부(한국폴리텍대학과 고등직업교육)와 직접 연관돼 있고, 중소기업벤처부 등도 무관하지 않다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수준의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기존 교수단체들이 유지했던 개혁 담론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입시 지옥과 학벌 사회를 넘어』를 언급하면서 “2020년대의 시점에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는 개혁의 핵심이 아닌 일부이며, 책의 부제가 지적하는 입시 지옥과 학벌사회 타파는 중산층 이상의 상위권 수험생에 국한되는 관심사와 과제”라고 말했다.

또한, 한해 30만 명대로 아이들이 태어나는 상황에서 “공급자 중심의 교육개혁은 그 자체가 개혁 대상”이라고 말한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의 말을 빌려 “전국교수연대회의가 바라는 대학개혁은 아직 ‘공급자 중심’의 방안으로 ‘그 자체가 개혁의 대상’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가 한 매체를 통해 “교육훈련과 노동시장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는 게 한국 대학의 문제”라고 진단한 것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하며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 체제의 개편과 강화다. 그간 전문대는 일반대에 갈 성적이 못 되는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취급받았다”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간 4년제 사립대학이 전문대의 영역을 침범했다. 지역의 4년제 일반대학 중 한계‧부실사학은 지금 전문대의 교육목표에 걸맞은 체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사립대의 구조개혁에 관해서도 “지방대 생존을 위해 서울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담론은 설득력이 없다”라며 “서울권 대학 입학정원은 교육과 연구를 위해 입학정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일반재정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방안과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등이 수도권 집중 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것 이라고 봤다. 또한, 현재의 지역대학을 위한 정책에 대해 지역을 달래는 방식의 정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는 “수도권 초집중화는 대학 등 교육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으로는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없다”라며 “혁신도시가 있지만 혁신도시로 가족들이 이사하지 않는다. 고급 인력들이 수도권에 생활 근거를 두는 게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여한 교수단체는 오는 13일 국회 본관에서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 정책 저지를 위한 투쟁 선포식을 하기로 결의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을 발표한 것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비판했다. 양 이사장은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 방향은 ‘사립학교법’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만들어질 ‘구조개선심의위원회’는 심의권만 있을 뿐 충분한 권한이 없다고 했다. 또한, 대학의 폐교·해산권은 교육부장관이 전적으로 갖게 돼 장관에 의한 ‘교육 독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구조개선 작업을 전담할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대해서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검증받은 바 없다며, 대학의 경영을 진단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대학평가를 교육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기존의 평가보다 강한 재정 진단을 매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대안으로 ‘국립대학법’, ‘사립대학법’ 제정을 제안했다. 그는 “‘고등교육법’은 고등교육의 목적과 대학의 정체성도 규정하지 않은 채 대학 사무규정을 시시콜콜하게 나열한 매우 낡고 부적합한 법률”이라 비판했다. 대학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산관리규정 조차 교육부 지침에 근거하고 있어 관료에 의해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의 고등교육 관련 입법 미비의 문제들을 방치할 게 아니라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을 제정하고 그 안에 대학의 설립 목적, 권리와 의무, 구성원의 요건과 권리·의무, 법인 및 운영체제, 국가의 재정지원과 통제 범위,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원칙 등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렬 이사장의 발제에 대해 이덕재 폐교대학교수연합회장(전 성화대 교수)은 보완 의견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대학총장 다수도 10년 이내에 일반대 30~40개가 폐교될 거라 보고 있다. 사실 19개 대학이 폐교됐지만, 이 대학에 있던 교수와 교직원에 누구도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현재의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폐교대학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인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부위원장(경북대 영어교육학과)은 국가교육위원회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고등교육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에 지방대 재정지원 권한을 이양하는 것은 고등교육에 대한 지자체의 장악력을 높여 대학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했다. 지자체는 고등교육의 합리적 지원과 관련한 전문성도 갖고 있지 않다며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 컨트롤 타워로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교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참석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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