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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삼국유사
꿈꾸는 삼국유사
  • 최승우
  • 승인 2023.02.0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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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지음 | 한길사 | 472쪽

우리 겨레의 대표고전인 일연의 『삼국유사』. 유교적 합리주의 세계관이 반영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달리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민간전승의 기사·신화·전설·시가를 풍부히 담고 있다.

『꿈꾸는 삼국유사』는 『삼국유사』의 풍부한 ‘이야기성’에 주목하며 세계 신화의 맥락 위에서 우리 신화의 원형에 새롭게 접근해보고자 한 연구다. 『삼국유사』에 담긴 수많은 설화는 역사이자 상상 속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신화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서양 신화를 가르쳐온 저자는우리의 민족 신화로 눈을 돌려 『삼국유사』연구에 천착했다.

신화학자답게 저자는 역사 이전에 신화 및 설화가 형성된 바탕을 탐색한다. 이야기들에 덧붙여져 있는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역사적 외피를 최대한 벗겨내고 그 신화적 원형에 다가간다.

이 책에는 『삼국유사』의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대표적인 설화들이 세 가지 주제 아래 엮이었다. 첫째 ‘위대한 어머니들’에서는 곰 설화, 유화부인 설화, 수로부인 설화, 알영 설화를, 둘째 ‘신성함의 현현’에서는 처용 설화, 서동 설화, 만파식적 설화, 도화녀와 비형랑 설화를, 셋째 ‘길 위의 성인’에서는 신라불교 십성(十聖) 가운데 두 인물인 사복과 원효 설화다.

저자는 이야기의 스토리나 구조를 따라가는 대신 신화의 최소단위에 주목하며 이른바 ‘반독서’(contre-lecture)를 지향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읽기, 이미 형성된 어떤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읽기, 그런 해체적 읽기를 저자는 ‘꿈’의 이름으로, 우리 민족의 무의식 깊이 가라앉아 있는 숨겨진 ‘열망’의 이름으로 수행한다. 책 제목이 ‘꿈꾸는 삼국유사’인 이유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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