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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수사학의 시대는 도래했는가
新수사학의 시대는 도래했는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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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붐, 쌍방형 의사소통 욕구로 재해석

박성창 서울대 교수(국문학)가 ‘세계의문학’ 여름호에 실은 ‘신수사학 시대의 언어와 문학’은 최근의 글쓰기 붐 뒤에 깔린 문화적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강준만 교수 같은 이조차 “글쓰기 책을 두권이나 펴내며 논증적 글쓰기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지식사회의 무게중심이 변화한 중요한 징후로 해석된다”라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또한 그는 요즘 글쓰기 서적들의 주요 소비자층이 대입논술을 앞둔 고등학생이 아니라, 보고서나 기획서를 써내야 하는 이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후반의 회사원이라는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단순한 유행이 아님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사회적 조건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박 교수는 “이전에는 제공되는 정보를 잘 듣고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잘 말하고 쓰는 능력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쌍방적 의사소통 구조를 거론한다.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분석종합하고, 공동체 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완이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

블로그나 각종 게시판 등에서 목도되듯, 표현의 문화욕구로 충만한 우리 시대를 박 교수는 ‘신수사학 시대’로 명명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문학관련 카페가 5만개에 이르고, 한 사이트에 글을 쓰는 회원이 8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자기표현욕구’ 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수사학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과거에는 글쓰기의 기법이나 표현을 가르치는 것이 수사학이었다면, “이제는 수사학이 의사소통체계 전반을 포괄하는 차원이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사학이 이런 환경변화에만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학 교사들도 능동적인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 바로 하버마스가 말하는 “공론장을 형성하고 확립하려는 공동체의 의지, 다시 말해서 글쓰기의 규칙과 원리를 학습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성을 함양하고 공적 언어를 정련하고자 하는” 욕망이 스며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대학의 글쓰기 수업이 학생들이 최상의 착상을 가장 설득력있는 형태로 이끌어 내고, 글쓰기라는 매개를 통해 상상하고 추론하며 판단하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으로 이뤄진다는 게 그  증거다.

또한 이런 공론장 형성의 의지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단계와 연결된다. 논증적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다른 사회적 역할을 상상하고, 상반되는 목소리를 듣는 이성적 대화형식을 배운다는 것이다. “민주적 공론장은 공공 논쟁을 다루는 논리나 규칙을 정립하지 않고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그의 지적은 최근 지식인 논쟁이 “상대를 설득시키는 게 아니라 굴복시키는 것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풍경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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