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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아름다운 옷"…통풍 및 외부조망 제한
"불편한 아름다운 옷"…통풍 및 외부조망 제한
  • 차명렬 배재대
  • 승인 2006.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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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美의 건축과 用의 건축-배재대예술관

▲배재대 예술관 측면 ©

배재대학교의 예술관은 불편한 아름다운 옷과 같은 대표적인 건물이다.

배재대학교의 예술관 건물은 100년이 넘는 배재학당의 전통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건물이다. 건축가 조병수씨가 설계하여 2005년에 완공되어 음악학부, 미술학부, 건축학부가 사용하고 있는 학교건물이다. 나는 건축을 사랑하는 건축가의 한사람으로서 2%의 부족함을 감수하고 건축가의 의도에 맞추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필자 차명렬 교수는 호주 시드니대에서 ‘건축형태패턴의 표현과 디자인 응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형태미학 특성 평가에 있어서 형태속성 및 인지과정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이 있다. ©
하지만 다른 실사용자들은 불편한 옷과 같은 건물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는 즐겁지 못한 모양이다. 이들은 예술관의 외관에 크게 감탄하고 새로운 예술적인 건물에서의 생활을 상당한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흥분과 감동도 잠시뿐 현실적인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며, 예술작품 속에서 직접 사는 것과 멀리서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만큼 크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보여주기를 원하는 건축, 사용되어지기를 원하는 건축,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예술관의 평면 형태는 부지의 형태를 반영하여 그랜드 피아노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의 반영이랄까 입면에서는 피아노의 건반과 유사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어, 시문학에서 볼 수 있는 간접표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예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입면은 작가의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는 부분으로, 피아노 건반의 단순한 bitmap image 형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서, 건반의 추상화된 형태스키마가 디자인 지식으로 작가의 두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일부 건반 형태의 중요한 특성만이 두뇌에서 재생되어 입면디자인에서 건축적 창과 벽으로 승화되는 작가 특유의 창조적 사고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입면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창문의 개방이 적어 통풍에 문제가 있으며, 외부조망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램프 ©

예술관 전체에서 볼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는 무늬가 노출콘크리트 표면에 그대로 양각이 되듯이 마감되어 마치 나무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느낌을 주는 표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표면에는 무늬는 보이지 않고 판재와 판재가 만나는 이음매만 보인다.

노출콘크리트에 나무의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나게 하려면, 거푸집으로 사용하는 나무의 표면을 가공하여 판재의 무늬를 따라 홈이 파이게 하여야 한다. 파여진 홈을 따라 콘크리트 몰탈이 채워져 거푸집을 제거하고 나면, 콘크리트 표면은 벽면부조와 같이 나무의 무늬가 생생하게 살아나게 된다.

게슈탈트 심리학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집을 지을 때, 방의 크기에서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다시 시공시켜 정확하게 집을 완성한 일화가 있다.

예술관에는 어디인지 모르게 사용자로 하여금 무엇인가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설계의 잘못인가? 노출콘크리트 공사의 근본적인 어려움인가? 경험 부족인가? 부실공사인가? 시공기술자의 미숙함인가? 정밀기계 제작하듯 정확한 시공을 바라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의 눈으로 쉽게 인지되는 서투른 마감은 지양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배재대학교의 예술관에서도 건축의 기본질서를 충실히 실행하면서 작가의 독창적인 창의성을 발휘했다면, 보기에만 예쁜 옷이 아니라 입어서도 불편하지 않은 아름다운 옷이 되어서 모든 사람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건축물이 되었을 것이라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노출콘크리트 마감

조형미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노출콘크리트로 외부 마감했다. 피아노 건반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콘크리트는 흰색 건반, 창은 검정색 건반을 형상화했다. 밀실한 느낌을 위해 폭이 좁은 수직창을 사용했다. ©

커튼월 외벽

대부분의 방들은 중정을 향해 배치해 커튼월(유리벽)을 통해 채광과 환기가 이뤄지도록 했다.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돼 어두운 복도나 주변 공용공간과의 대비 효과를 노렸다. ©

 

▲필로티 건축

음대, 미대, 건축대 등 세 개의 단과대학을 ‘기둥’을 세워 대지로부터 띄워 놓았다. 보행자 진입층(1층 데크층)을 모든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섞일 수 있도록 고려했다. ©

 

 

 

 

 

 

 

 

 

 

 

 

건축가 조병수
1957년 生. 미국 하버드대에서 도시설계학·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1994년 조병수건축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ㅡ’자집과 ‘ㄱ’자집, 현대적 버나큘라, 유기성 대 추상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활발히 활동해왔다. 현재 미국 몬타나주립대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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