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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문경향 반영 안돼 … 소장학자들도 심사 참여해야
최근 학문경향 반영 안돼 … 소장학자들도 심사 참여해야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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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한민국학술은 안녕한가: (4) 우수학술도서 선정 문제없나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 선정결과 발표일은 학술출판사들이 학수고대하는 날이다. 학술원은 지난달 28일 4차 선정위원회를 열었고 오는 8월 7일 최종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2백99개사로부터 4천1백60종이 접수됐다. 55개 분야 92명의 선정위원들이 종합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이지만 분야에 따라 20대1이 되기도 한다. 

학술원의 도서선정 발표를 바라보는 영세한 학술출판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일부 출판사에 선정이 집중된다는 원성이 대표적이다. 서울지역 한 대학출판부의 관계자는 “출판관계자들 사이에서 학술원이 일부 출판사에 편파적이라는 말이 많이 나도는데, 심사내막을 알 수 없으니 공정하게 진행했으리라 믿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A 출판사 편집장은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충 만들어 5백부만 펴낸 후 학술원 발표를 기다렸다가, 선정되면 추가로 찍어내는 등 종수를 늘려 승부를 걸고 있다”며 일부출판사를 비판한다. 양으로 밀고 나가는 얌체출판사에 대해서는 종수의 상한선을 두는 일종의 쿼터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열 권 이상 선정되기도 했던 한 출판사의 편집이사는 “학술출판계도 하향평준화 경향을 띤다는 주장이 많은데, 좋은 책을 많이 내는 곳을 선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못박는다. 내용만을 따져서 평가해야지, 영세출판사를 돕기 위해 나눠먹기 식으로 한다면 선정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선정심사를 맡았던 노용균 충남대 교수(언어학)는 “연구분야에 따라 특정출판사가 압도적으로 많이 펴내 특정출판사로 기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심사 문제도 거론된다. 지난해 심사자들에게 의견을 들은 결과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심사자의 전공에 기울 우려, △학술분야와 선정위원 분류의 애매성, △중진 이상이라 최신 학문 동향에 밝지 못한 점, △출판사·저자와 얽히기가 쉽고 심의기간이 짧은 것 등이다.

지난해 심사한 한 교수는 “분야별로 나눠졌지만 아무래도 관심분야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다. 또한 한 서울 사립대의 교수는 “2차 심사과정에서 선정위원 2인이 다른 분야로 가는 해프닝과, 한 분야에 1인만 선정위원으로 배정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성현 경희대 교수(약물학)는 “은퇴하신 분의 경험이 중요하지만, 최신 학문동향을 고려해 중진급 학자들과 30대 소장학자들을 두루 안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서울소재 한 사립대의 B 교수는 “다른 분야의 선정위원이 추천사를 썼거나, 저자와 인척지간이라고 말해 당황한 적이 있으며, 심사 전에 같은 대학 소속의 교수가 ‘특정출판사 도서를 신경 써달라’고 말해 의아했다”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영림 수원대 교수(서양사)는 “최종 70종을 놓고 다시 7종을 선정해야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짧아 목차와 서문을 위주로 평가했다”며, “책을 학교나 집으로 보내 검토할 시간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수십 종을 두 달 만에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리 학계와 연구동향에 밝다 하더라도 졸속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접수된 도서의 수준차가 확연해 선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심사위원들은 ‘번역서보다는 국내저자에게, 특정출판사에 치우치지 않게, 학위논문이나 단순자료 혹은 몇몇이 모여 급조한 책은 배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출판사 안배는 일체 없다는 신명균 학술원 사서주사보는 “선정위원명단은 최종발표시까지 일체 공개하지 않으며, 심사에 대한 권한은 학자의 명예와 양심에 맡긴다”며 “신청도서관 중 종합대학, 지역대표 연구소, 공동도서관에 우선 순위를 두고, 대략 35만권의 책을 구입해 배포한다”라고 밝혔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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