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8:3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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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풀어내는 고대로의 이야기 시간여행울산 태화강 거슬러 대곡천 물줄기를 따라간 깊은 골짜기. 일부러 사람이 닿을 수 없게 마련된 듯한 자리에 반구대 암각화는 펼쳐져 있다.옛사람들은 과연 이곳에 무슨 이야기들을 새겨둔 걸까.1988년부터 지금까지 이 특별한 유적과 인연을 맺어,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장,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추진단 자문위원 등을 맡아 다양한 연구와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전호태 교수(울산대 역사문화학과)가 이에 응답한다.이 책은 그가 56가지 연결어로 빚어낸 반구대 암각화 스토리텔링 에세이다.저자는 이 소중한 역사 유적의 사실 정보를 친절히 설명해나가는 동시에, 크게 네 차례에 걸쳐 새겨진 그림들의 시간을 여러 겹 인간의 기억들로 환생시키면서 옛사람들의 고백을 흥미롭게 현재화해낸다.참 오래된 곳에서 길어 올리지만, 바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내려앉는 이야기들이다.유적 탄생 한참 이전부터 앞으로 저 멀리 보존의 바람까지 담아낸 역사가적 성찰, 네 겹으로 쌓여간 여러 형상들의 의미를 되짚어내는 미술사가의 시선, 암각화마다 맺힌 마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러의 내레이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 피어오를 독자 저마다의 심상은 이 이야기의 종장을 완성하게 될 여운이 아닐지.성균관대학교출판부 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서른세 번째 책이다.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새로나온 책 | 최승우 | 2023-03-21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