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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회가 좋은 교육을 한다
좋은 사회가 좋은 교육을 한다
  •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과
  • 승인 2017.09.20 22: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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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과

얼마 전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 및 교정 강화 여론이 높다. 10대가 저지른 일이라고 보기에는 그 행위들이 너무도 잔혹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해보면 당연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소년 비행이 줄어들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동료 교수에게 ‘처벌 강도’와 ‘범죄율’과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문의해 보았다. 실망스럽게도 양자 간의 명확한 관계를 보여주는 경험적 증거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교육학자의 눈으로 보아도 처벌이나 교정을 강화하는 것이 소년 비행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청소년 관련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면 으레 교육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시도가  뒤따랐다. 아마 이 사건과 관련해 국회나 언론 쪽에서는 교육부에 대책이 무엇인지를 물을 것이고, 교육부는 청소년 간의 폭력을 방지하는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답변을 내 놓을 것이다. 몇 년 전에는 학교 폭력 방지에 스포츠클럽 활동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선 학교에 방과후스포츠클럽을 운영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말로만 하는 교육보다 뭔가 효과가 있어 보이는 교육적 활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 비행 학생들을 교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때 공립형 대안학교가 주목받기도 했다. 한 공립형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친구의 말을 빌자면, 난폭했던 비행 청소년도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교화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학생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다시 비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행위이지만, 간혹 교육의 효과를 맹신하는 경우가 있다. 한때 미국과 영국은 학교가 교육을 잘못 시켜 학생들의 학력이 낮아진 것이라 보고,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들 부시 정권에서 시행했던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성과를 보인 학교를 지원하고 경쟁력 없는 학교를 폐쇄하는 등 거침없는 개혁을 밀어 붙였다. 그러나 아동낙오방지법 시행 이후로 미국 학생들은 국제학력비교평가에서 수학이 19위(2002년)에서 31위(2009년)로 오히려 떨어졌고, 과학도 비슷하게 떨어졌다. 아동낙오방지법이 저소득층 학생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복지 강화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이 낮은 이유를 학교와 교사의 무능이라고 본 것은 문제의 소재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교사와 학교의 교육력이 아니라 바로 ‘빈곤’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계에서 교육을 제일 잘한다는 핀란드는 아동빈곤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물론 핀란드의 교육은 우수하다. 미국 교육학자 다이안 래비치는 핀란드의 학교들을 둘러보고 모든 학교가 진보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한 마디로 모든 학생들에게 여건과 내용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 경제 위기 이후에 핀란드의 아동빈곤율이 높아지면서 PISA 등위도 함께 내려갔다. 즉,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학교보다 가정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현대 교육학의 아버지 존 듀이는, 모든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누릴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해 동등한 여건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비극적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가정환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가정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이들이 저지른 일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음산한 공장 창고를 배회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의 근본원인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정면으로 겨냥해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사회가 좋은 교육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일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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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7-09-22 11:00:01
당신이 3명의 아이를 낳는다면. 첫째는 집단따돌림과 폭행으로 자살을 하고,가해자들은 경찰관에게 훈방조치.
둘째는 성폭행을 당하고, 삶이 망가지지만, 가해자들은 법원에서 보호처분(집으로 귀가). 셋째는 싸우다 살해를 당하지만,가해자는 소년원 2년. 전과없음. 당신은 재판의 참석이 금지되고, 항고권도 없습니다. 이게 소년법입니다.
지난해 ‘기소’처분은 6232명으로 전체 미성년 범죄자의 7.1%.
재판 넘겨진 중 소년범중 단 1명만 '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