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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에 대한 생각
지식과 지혜에 대한 생각
  • 김민수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조교수·에너지 및 화학공
  • 승인 2017.09.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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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민수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조교수·에너지 및 화학공학과

“지식과 지혜”. 지식이 지혜이고 지혜가 지식인 것처럼 비슷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식은 기존에 잘 알려진 정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지혜란 것은 많은 연구원들이 쌓아 놓은 경험과 노하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식은 도서관, 인트라넷 등을 통해 습득할 수 있지만, 지혜는 많은 시행착오와 의사소통(Communication 또는 Discussion) 등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질을 합성할 때, 많은 문헌들로부터 A물질에 B물질을 넣어서 C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만, 실제로 이와 같은 합성을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영향(온도, 압력 등)을 고려해야 C물질을 잘 합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로, 소자를 만들 때도 어떠한 구조로 만들어야 작동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주변 문헌들로부터 이해할 수 있겠지만, 소자를 만드는 주변 환경, 소자를 만드는 방법 등에 따라 소자의 특성이 많이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걸 우스갯소리로 ‘사람 손을 탄다’고 한다. 과학적인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확률적으로 다가서는 경우가 있다. 21세기는 정보 활용의 시대라면서 많은 인트라넷 및 네트워킹이 발달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효율적이면서 창의적인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본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지식이란 것은 혼자서 알아낼 수 있지만, 지혜란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지 않고 상대방으로부터 어떠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지혜란 것은 그렇게 손쉽게 얻어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아야 될 것 같다. 더 나아가, 누군가로부터 지혜를 얻었다면 반드시 상대방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도리일 것이며, 그것이 각 저널에 Acknowledgement가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리서치펠로우사업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윤리’라는 사이버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기본적 도덕 내용보다는 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윤리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다소 아쉬웠다. 물론 이런 부분은 도의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연구윤리 교육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의 인간 윤리 같은 내용이 연구윤리에 포함된다면 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지만, 연구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는 서로 간의 지식과 지혜에 대한 공유 및 고찰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건설적이고 효율적인 연구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연구이지 않을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해져 있는 테두리 안에서 정진을 하는 것보다,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재미나는 (연구보다는) 인생을 향하는 이상적인 꿈을 간직해보면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김민수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조교수·에너지 및 화학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분자 구조를 이용한 응용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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