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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 잘하면 대학 입학 보장 … ‘40년’ 해묵은 문제 풀릴까?
운동만 잘하면 대학 입학 보장 … ‘40년’ 해묵은 문제 풀릴까?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12.03 15: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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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정유라 사건, 대학 체육특기자제도에 ‘불똥’

대학 체육특기자제도에 비상이 걸렸다. K스포츠재단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 특기자로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학 체육특기자 전형의 허점을 이용한 특례입학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스포츠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관계자들은 “자칫 체육계 전체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유라 씨와 같은 특례입학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체육특기자 전형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일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공동주최로 개최하고, △강신욱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집행위원장 △김석권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과장 △문체부 최진 체육진흥과장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 등을 초청해 개선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의 자리를 가졌다.
 

▲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안민석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공동주최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태룡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원은 발제문 ‘정유라 사건으로 본 체육특기자 제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통해 ‘정유라=입시부정=체육특기자’의 프레임이 ‘체육특기자=입시부정’으로 단정 지어 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정유라 사건은 지금까지 나타난 체육특기자 입시부정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지만, 승마라는 ‘종목의 특수성’과 ‘사건규모의 거대성’이라는 데서 차별점이 많다”고 했다.
 
이어 “과정이 손쉽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승마라고 하는 종목의 특수성이 존재했기 때문”이지만 “‘소를잃었다 하더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심정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이 사건을 통해 나타난 제도 자체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스카우트 관행 금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 확보 △체육특기자 입학체계 개선 △최저학력 기준 준수를 위한 조처 시행 △입시비리 적발 및 처벌 구조 확립 △특정종목 선수양성 구조의 변화 등 다섯 가지 보완점도 제안했다.
 
“정부, 엘리트체육에 대한 미련 버려야”
 

이날 발제 발표 이후 치러진 토론에서는 스포츠와 연관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실적인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재용 <KBS> 기자는 “(체육특기자 제도 허점과 관련된) 이 문제들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라며 “체육 시스템 자체가 현재 허락하고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하위권 성적을 받더라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체육특기자 제도다. 문제가 있음에도 40년간 제도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시스템을 개혁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체육특기자 제도가 1972년 설립되면서 엘리트체육의 시대가 개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선 발제에서 한태룡 책임연구원은 체육특기자 제도가 설립된 당시의 시대적·사회적 맥락을 설명했다. 1970년대 당시의 체육특기자 제도는 국가 엘리트체육의 인적자원을 모집하는 출입구로서의 역할을 했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여러 정책 중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나는 동안 대학의 선발방식 등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만 잘하면 초·중·고·대를 연속으로 진학가능하다는 기본 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 적절치 못함을 지적했다.
 
또, 국가가 엘리트체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김양례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장을 통해 언급됐다. 김 실장은 “(엘리트체육 정책 자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스포츠강국이라는, 올림픽에서 몇 위를 할 수 있을 것이냐에 국가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제도와 다각적인 정책이 시행되고 시도됐지만, 제대로 변하지 못했다”며 “엘리트 체육에 대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사명감을 조금씩이라도 줄여갈 수 있도록,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오히려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부처 간의 협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도 있었다. 경기도스포츠꿈나무대책위원회의 한 학부모는 “오늘 나왔던 제안들이 전혀 새롭지 않다. 똑같은 얘기들만 반복할 뿐,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 방문해 아이들이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주고, 실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부모와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자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소속의 허재준 씨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이 학부모나 지도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많이 부족하다. 그분들이 하고 있는 얘기를 듣기만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리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착실히 운동하고 있는 아이들이 정유라 사건과 같은 일로 인해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받는 일이 없도록, 현장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문화체육부(문체부)는 관계기관의 토론회를 거쳐 최종 개선안을 올해 안으로 내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오는 7일 대한체육회 주최 토론회, 15일에는 문체부·교육부 합동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자리한 최진 문체부 체육진흥과장은 “체육특기자 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고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돼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개선안에 포함된 기구 구성이나 법령 개정 작업을 마치고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글·사진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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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 2016-12-03 15:39:17
협업이 필요한부분과 내용이 잘 정리되어 좋은 정보를 얻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