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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에 집중된 권한 ‘대평’ 법제화 통해 나눠야”
“총장에 집중된 권한 ‘대평’ 법제화 통해 나눠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12.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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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책학회 첫 포럼서 ‘국립대학법(안)’ 제안

“국립대는 모든 의사결정권을 총장만이 가지는 ‘제왕적 총장’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이 의사결정 방식을 총장 1인 지배구조에서 ‘자치구조’로 변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 규정을 사문화시키는 법령 조항들을 폐기해야 한다.”(임재홍 대학정책학회 학술위원장, 한국방송대·법학)

최대 규모의 국·사립대 교수단체인 국교련과 사교련이 창립한 대학정책학회(회장 조흥식)가 지난 1일 한국방송대에서 첫 정책포럼을 열고 ‘(가칭)국립대학법(안)’ 제정을 제안했다. 학회는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이 총장에게 집중돼 있는 현 고등교육법을 탈피하는 방안으로 대학평의원회(대평) 법제화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앞서 임재홍 교수의 말처럼 ‘자치에 기반한’ 국립대학법(안) 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의 배경엔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가 맞물려 있다. 지난 10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한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대해 ‘문제없다’고 결론지음에 따라 국립대는 교육부 장관이 인사권을 주도하는 ‘간선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현행 고등교육법 15조는 국립대 총장에게 학칙 제·개정, 교무 총괄, 교원 인사, 교직원 감독, 학생 지도 등 막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예컨대 총장이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무리하게 학과 통폐합을 시도하고 정원 조정, 교수·직원 구조조정 등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대학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법적 수단이나 창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에 대학정책학회가 ‘대평 법제화’를 국립대학법(안)의 최우선 과제로 내놓은 이유다. 이날 포럼에서 「대학자치 실현을 위한 대학평의원회 모델 개발과 국립대학법의 필요성」을 발표한 최상한 경상대 교수(행정학과)도 “최근 이화여대 사태에서 보듯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과 국립대학 연합체 현실화는 대학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기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7년 고등교육법 제정 이전까지 교육법상 필수적 심의기구이자 대학 최고심의기관이었던 대학평의원회를 시급히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립대학법 입안을 위한 대학정책학회 제1회 정책포럼. 사진 왼쪽부터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철세 배재대 명예교수, 김재관 국교련 사무총장, 박병건 전북대 교수회의장, 임재홍 대학정책학회 학술위원장. 사진제공= 대학정책학회

대평은 교수·직원·학생 등 대학구성원 대표가 참여해 중·장기 발전계획안 등 대학운영과 관련한 각종 사안을 다루는 의사정책기구다. 최근 대다수 대학에서 대평을 대학정책 ‘심의·자문’ 임의기구로 운영하다보니, 총장의 정책을 견제하거나 감시, 비판하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대학정책학회가 말하는 대평 개선안의 초점도 ‘의결권’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대평이 ‘의결’ 권한까지 획득하는 데엔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대평을 구성하는 교수·직원·학생 대표단체들이 모두 학칙이 정하는 법정기구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대 교수회와 사립대 교수협의회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의단체로 규정돼 있어 공식기구로 전환하는 과정부터가 대평이 넘어야 할 큰 산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국회에서 대평 관련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을 때 검토과정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며 “국립대 대평이 ‘심의’ 기능으로 제한될 경우, 기존 일부 대학이나마 가지고 있던 ‘의결’ 기능이 후퇴함으로써 또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대평을 설치할 경우 국립대와 사립대를 분리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여부와 ‘의결’ 기능을 부여받을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비정년트랙·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과 비정규직·계약직 직원을 평의원에 어떤 기준으로 포함시킬지, 학생 평의원 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대평 법제화와 관련해 협의돼야 할 사안은 산적하다. 대학정책학회는 합의제 의결기관으로서 대평과 집행권자로서 총장을 이분화 하는 현실적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내년 3월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친 포럼을 계획하고 있다. 포럼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립대학법(안)’을 마련하고, 국회 등에 정책제안 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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