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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 이대로 좋은가?
국가장학금, 이대로 좋은가?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승인 2016.09.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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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요즈음 소득분위가 낮은 대학생은 국가장학금 수혜를 받는다. 소득분위를 열 단계로 나눠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는 경우에는 등록금 거의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고 단계가 올라갈수록 액수가 적어지지만 8단계까지 장학금을 받는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이 장학금을 관장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소득분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짐작된다.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이용해 소득분위를 결정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대학생 가정의 소득분위가 몇 분위에 속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신청을 받아놓고 그들을 대상으로 소득분위를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소득분위가 잘못 평가됐다고 이의신청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의 소득분위가 높게 평가돼 장학금을 적게 수혜받는 경우에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분위에 따라서 장학금 수혜여부가 결정되다보니 학생들은 소득분위를 낮추기 위해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부작용이 생겨난다.
 
장학금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학문을 장려하는 돈’으로 ‘가난을 장려하기 위한 돈’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은 현실적으로 가난을 장려하는 돈으로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서 국가 장학금이 장학금인지 복지비인지 구분이 애매해진다. 장학금이라 하면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나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좋은 학생에게 주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가정의 소득분위에 따라서 지급하는 것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가정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생은 성인이고, 의사결정권을 자기 자신이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부모나 가정의 도움을 받아 납부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한다. 현실이 이렇다 하더라도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대학을 진학한 것이니만큼 원칙적으로는 대학 등록금을 유럽의 여러 국가처럼 국가가 책임지거나 (지금은 대학생 개인에게 등록금 일부 내지는 전부를 징수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처럼 대학생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대학생은 성적이나 기타의 장학금을 받거나 융자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한다. 가정에서 등록금을 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속한다. 대부분 융자를 받아 등록금을 납부하고 대학 졸업 후 십여 년에 걸쳐 융자금을 상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생의 등록금을 융자해주는 제도가 국가장학금 제도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을 졸업하면서 빚쟁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고 아우성치면서 시혜성 국가장학금 제도가 2012년에 생겼다. 이후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반값 등록금 공약에 따라 국가장학금 제도가 정착되고, 학교에서도 성적보다는 생활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주는 경향이 강화됐다.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장학금 수혜 여부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가정의 형편에 따라 주어지는 장학금은 장학금이 아니라 복지비라고 할 수 있다. 무상으로 주어지는 복지이기 때문에 이 제도는 대학생들에게 의타심을 키워주게 된다.

대학에서 의타심을 키우는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면 의타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개인의 어려움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의타심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하지 못하는 것도, 결혼하지 않는 것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게 된다. 심지어는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하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학생들의 자립심과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도 복지비 성격의 국가장학금 제도는 서둘러 수정할 필요가 있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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