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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에 공감한다면 세 가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에 공감한다면 세 가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16.08.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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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3 _ 23강.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의 ‘애국심, 개인윤리, 보편윤리’

‘다수의 안전’을 빌미로 민주주의 사회에서조차 은밀하게 행해지는 ‘숨겨진 통치’의 정치적 책임, 그리고 숨겨진 통치가 초래한 결과는 시민 모두가 떠안아야 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다. 이러한 숨겨진 통치의 민주적 절차를 통한 사후적 처리를 위해서라도, 애국심의 주체는 추상적인 ‘민족’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치행위가 가능한 ‘시민’이어야 한다.

 

지난 6일(토) 진행된 문화의 안과 밖 시즌3 ‘윤리와 인간의 삶’ 제23강은 4섹션 ‘사회와 윤리’ 여섯 번째 강연으로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가 ‘애국심, 개인 윤리, 보편 윤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곽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마키아벨리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탈리아 볼로냐대 방문교수, 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 공동소장을 거쳐 현재 중국 중산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인문학 출판사인 영국 루틀리지(Routledge)의 Political Theories in East Asian Context의 책임 편집자로 있다. 저서로는 『정치철학 1·2』,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 비지배를 꿈꾸는 현실주의자』, 『지배와 비지배 : 마키아벨리의 「군주」 읽기』,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등이 있으며 『아직도 민주주의인가』 등을 공저했다.

곽 교수는 “오늘날 동아시아 각국의 민족주의는 영토분쟁과 시장경쟁, 그리고 과거사 문제와 불균등한 힘의 분포가 다시 민족주의와 결합되고, 이러한 결합과 재결합의 과정에서 민족주의는 새로운 얼굴로 동아시아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입장에서 민족 중심의 담론에 대한 비판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문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민족주의의 힘을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민족주의를 날조된 정치적 선전으로 치부하거나, 보편이라는 이름으로 내용에 무관심하거나, 보편 이성에 기초한 도덕률만을 고집하는 것은 역사의식과 정치적 사려가 결여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민족주의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민족주의의 긍정적인 기능들은 계승하면서도 부정적인 요소들은 극복해 낼 수 있는 시민적 연대의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포괄적 원칙을 제시하지 않고서도 시민적 연대에 필요한 정치적 신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로 애국심이 기초하는 정치적 원칙은 개인의 자율성과 공공의 다양성을 지켜낼 수 있는 ‘조정원칙’이어야 한다는 것, 셋째로 이러한 ‘조정원칙’은 공동체 구성원의 확신으로서 애국심이 보편적 가치 또는 지구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에 조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에 따르면, 조정원칙이란 민주적 심의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심의의 결과까지 조정하지만, 심의의 내용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규제적 원리다. 여기서 곽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이 기초할 조정원칙으로 비지배적 상호성을 제시”하면서 “비지배적 상호성은 민주적 심의를 통해 주관적 판단들이 시민적 윤리로 체화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조건이고, 보편적 인류에 대한 애정으로 귀결될 수 있는 가교”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비지배적 상호성은 민족주의가 만들어 놓은 정치적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에서 불거진 대중적 판단을 분석하고, 이러한 대중적 판단을 극복하는 방법을 다름 아닌 민족주의의 신중한 관리에서 찾아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기준”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끝자락에서 곽 교수는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에 공감한다면 세 가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환기했다. 그가 말한 세 가지 인식 전환은 첫째로, 시민 각자의 정치적 실천을 유도하는 시민적 연대의 내용은 지배가 아니라 비지배가 돼야 하는데, 지배에서 비지배로 우리의 국제 정치관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애국심의 주체를 민족에서 시민으로 바꿔야 하고, 마지막으로 강대국에 의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분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지배적 상호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미로 ‘평화통일’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가치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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